1. 휴대전화 공동사용 반대

KTX의 다소 불편한 의자지만 부족한 잠이라도 보충할 요량으로 이른바 '필'오는 각도를 잡고 눈을 붙였건만,
고막이 찢어질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혹시 화재라도 난건 아닌가 화들짝 놀라 깨어보니 그 정체는 다름아닌 휴대폰.
승무원이 "벨소리는 진동으로 조정하고, 객실밖에서 통화해달라고 그리 친절히 부탁을 하고,
일찍이 한석규가 "불필요한 순간에는 잠시 꺼두셔도 좋다"고 강조했거늘 어찌 이런일이...
생생하다 못해 쨍쨍하게 갈라지는 벨소리에 최고로 키워둔 볼륨.. 그나마 전화가 걸려오는 즉시 받으면 다행이다.
문제는 전화기의 주인은 청각에 장애라도 있는건지 잠에서 쉽게 깨어나지 않는다. 한 술 더 떠 통화하는 소리도 대단하다.
상대방과 어디서 만날것인지, 무슨일로 만나는지 낱낱히 고하니 중계방송을 듣고 있는듯한 착각마저 든다.
휴대전화는 엄연한 개인용 통신기기임을 명심해야한다.
연신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서도 조금의 반성 없이 같은 상황을 반복하는 이들은 숙청해 마땅하다!!

2. 기차 내 유아 자유방임 금지

말 못하는 아기가 기가 넘어갈듯 울고 있다면 엄마 못지않게 보는 사람도 안쓰럽기 마련이다.
땀을 뻘뻘흘리며 객실 안팎을 오가는 아기 엄마는 눈물겹기까지 하다.
문제는 알거 다 아는 나이에도 '고집' 피우며 기차 안을 휘젓고 다니는 아이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만 한다면 반경 1미터 이내에 있는 이들만 집중포화를 맞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되겠지만,
이들의 체력은 무궁무진하다. 참다 못한 승객이 아이를 타이르고, 부모에게 항의해보지만
부모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할일만 한다. 지나가던 승무원이 민원을 받아 아이를 자리에 앉히려 해보지만
아이 고집도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지, 가볍게 무시한다.
그래서 부모에게 주의를 주는데 그때 돌아오는 부모의 행동에 가끔 경악을 금치 못한다.
"애가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래? 크는 애 기죽일 일 있어?" 그래서 나온말이 '그 부모에 그 자식' 아니겠는가?
아이의 인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모이며, 유아기 때 형성된 인격이 편생을 좌우한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를 알려줍시다.
아니 그 전에, 그럴때는 '미안합니다'라고 정중하게 사과하는 겁니다!!

3. 과도한 애정행각 금지

기차처럼 열린 공간에서 과한 애정 표현을 서슴지않는 커플을 보면 잠시 헷갈린다.
그들을 용감하다고 해야하나, 무식하다고 해야하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으니 둘 다라고 해야하나.
기차를 이용하다 보면 종종 이렇게 무식하게 용감한 이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을 목격했을 때의 반응은 동행자에 따라 다르다.
친구와 함께일 경우에는 기차로 오가는 시간을 '뒷담화'로 버틸 수 있는 소스를 제공받게 되니 고맙고,
혼자일 경우에는 '무료영화관람권'을 얻은 셈이니 더욱 고맙다.
그러나 문제는 어린이를 동방했을때... 더구나 호기심이 왕성한 어린이라면 상황은 매우 난처하다.
"저 언니랑 오빠랑 뭐하는거야?"라고 묻는다면, 어린이를 밝고 바르게 키워야 할 의무가 있는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진신을 고할 것인지 선의의 거짓말을 할 것인지 고민이 되는거다.
만약 커플의 나이가 많은, 한눈에도 불륜임을 확신할 수 있는 경우는 한 300배쯤 더 곤란해 진다.
이럴 때면 기차도 영화처럼 '탑승등급제'를 실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애정행각 정도를 측정해 수위에 따라 다른 차량으로 배치하는 '객실커플분류제'를 실시하든지!!

4. 총체적으로 아저씨들에게 바람

기차 안에는 여러 종류의 아저씨들이 있다. 하루종일 등산하고 발 냄새 폴폴 나는 발을,
그것도 양말까지 벗어둔 채 발걸이에 올리는 아저씨, 금연이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짧은 시간을 참지 못해
화장실에서 몰래 담배 피우는 아저씨, 길지도 않은 다리 쭉 뻗어 복도까지 점령해 진로 방해하는 아저씨,
동반석인 4인용 식탁에 앉아 심하게 술마시고 소란스러운 아저씨, 어디선가 술 마시고 들어와
드르렁드르렁 코 골며 잠자는 아저씨, 술에 취해 남의 일에 참견하는 아저씨,
남의 자리에 앉아놓고 자리 찾아 앉으려면 외려 성내는 아저씨 등등.
이러한 몇몇 때문에 보통의 점잖은 아저씨들의 위상이 깎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아저씨들의 경우 무서워서인지 아님 더러워서인지 왠만해선 지적하거나 항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술냄새 나는 아저씨가 옆 좌석에 앉게 되면 무조건 자유석으로 이동한다고 젊은 처자들이 심심치 않게 고했으니,
이에 해당하는 아저씨들은 반성할 필요가 있지 않나.

5. 사소하지만 괴로운 것들

이어폰 미착용 상태로 DMB 시청하는 사람들,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반칙이다.
바로 레드카드를 내밀어도 할 말이 없기 때문에 항의가 타당하고 동시에 즉시 개선도 된다.
그러나 MP3플레이어에 연결된 이어폰을 타고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는 좀 모호하다.
가사까지 선명하게 들릴 정도라면 소음 공해에 내가 귀가 노출되어 있음이 분명한데,
다른 소음에 비해 사소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지적하지니 어쩐지 치사한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참고 있지나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해간다. 그나마 발라드라면 참겠는데 해비메탈은 좀 심한 것 아닌가.
"음악을 크게 듣는 분들, 사람에겐 저마다 '귀 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할 권리가 있어요.
또 쾌적한 귀 환경이 유지되는 가운데 잠을 잘 권리도 있답니다. 가끔 친근하게 다가와 징그럽게 교리를 전도하는 분들 계신데,
가면쓰고 다가오지 마세요. 진위 판단이 안 돼서 아까운 시간 잠도 못 자고 뜬눈으로 지새워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올 지경이니."

출처 : KTX매거진 2007년 3월호, 에디터 이미선

+ Recent posts